2026년 8월 1일, 페루에서 나스카 지상화를 보러 가던 관광용 경비행기가 추락했습니다. 승객 11명과 조종사 2명, 탑승자 13명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기체는 아에로디아나 소속 세스나 208B 그랜드캐러밴이었습니다. 낮 12시 10분 피스코 공항을 이륙해 약 50분 뒤 비상을 선언하고 나스카 외곽 농지에 추락했습니다. 희생자는 이탈리아인 7명, 스페인인 2명, 독일인 2명, 그리고 페루인 조종사 2명이었습니다.
처음이 아닙니다
- 2008년 4월 — 프랑스인 관광객 5명
- 2010년 2월 — 탑승자 7명 전원
- 2010년 10월 — 영국인 4명과 승무원 2명
- 2022년 2월 — 7명
- 2026년 8월 — 13명
18년간 사망사고 다섯 건에 45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매년 나는 사고는 아닙니다. 다만 한 번 나면 전원 사망으로 끝나는 사고입니다.
사고 이후
페루 정부는 아에로디아나 항공사의 운항을 전면 중지시켰고, 대통령은 피스코 공항 운항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참사 이전부터 여행권고에 이렇게 명시하고 탑승을 만류하고 있었습니다. “나스카 상공 관광비행에 쓰이는 항공기는 스페인과 동등한 정비·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 스페인 부부가 희생되기 전에 이미 올라와 있던 문구입니다.
국내 일부 남미 전문 여행사들도 일정에서 나스카 경비행기를 빼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렇게 위험할까요
나스카 경비행기는 문양 하나마다 급선회를 반복합니다. 좌측 승객에게 보여주고 다시 우측 승객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륙 지점에 따라 12개에서 14개 정도의 문양을 돕니다. 그래서 멀미와 구토를 하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심한 경우 며칠씩 후유증을 느끼는 분도 계셨습니다.
문제는 이 급선회가 사람에게만 부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속적인 급선회는 노후 연료탱크에 무리를 주고, 원심력이 연료를 흡입관에서 밀어내면 엔진이 실속에 빠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고기도 추락 전 기계적 결함을 관제탑에 보고했습니다.

여기에 탑승 인원이 더해집니다. 이 노선의 기체는 세스나 206이나 207이면 5~6명, 그랜드캐러밴이면 12명을 태웁니다. 비행 중 추락하면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셔야 합니다.
기체 노후 문제는 오래 지적됐습니다

2008년 조사에서 나스카 마리아라이체 비행장 항공기의 90%가 기령 35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0년 두 차례 참사 뒤 정부가 모든 기체를 세우고 점검했더니, 48대 중 단 7대만 재운항 허가를 받았습니다. 14개 업체 중 통과한 곳은 4곳뿐이었습니다. 나머지 85%의 기체가 그때까지 관광객을 태우고 날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 수치만 해도 무서운데, 더 심각한 게 있습니다. 2010년의 그 전면 점검 이후, 같은 수준의 전수조사가 다시 실시됐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매년, 하다못해 격년으로라도 다시 조사해서 수치가 개선되는 걸 확인해도 불안한 판입니다. 페루 당국의 대응은 사고가 터지면 그 업체 하나만 운항중지시키는 식이었습니다.
게다가 이곳은 승객이 있으면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타고 내리고를 반복합니다. 정비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더운 날에는 상승기류와 강풍이 겹칩니다. 실제로 이번 사고 전날에는 시속 40km를 넘는 강풍으로 이 지역 운항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제가 남미여행 인솔을 15회 이상 하면서 늘 불안했던 부분입니다. 언젠가는 공론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타까운 사고를 계기로라도 위험성이 알려진 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나스카 문양을 보고 싶으시다면
첫째, 나스카 전망대

나스카 도시 북쪽 20km에 2020년 새로 세운 20m 철제 전망대가 있습니다. 입장료는 몇 솔, 우리 돈 몇 천원 수준입니다. 여기서 손, 나무, 그리고 도로에 몸통이 잘린 도마뱀까지 세 개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행사 일정은 보통 이카를 베이스캠프로 삼기 때문에, 나스카 왕복에만 5시간 이상을 잡아야 해서 피곤할 수 있습니다.
둘째, 바예스타스 섬 보트 투어

제가 더 추천하는 쪽입니다. 파라카스에서 출발하며, 나가는 길에 엘 칸델라브로라는 지상화를 볼 수 있습니다. 높이 170~180m로 해상 19km 밖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그림입니다. 나스카 문양보다 훨씬 선명하고, 흔들리는 경비행기가 아니라 배 위에서 편하게 봅니다.
투어 자체는 2시간이고, 바다사자와 훔볼트펭귄, 펠리컨과 가마우지 같은 새들을 함께 봅니다. 일석이조에 비용도 나스카 전망대나 경비행기보다 저렴합니다.

남미여행 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궁금한 점은 문의하기로 남겨주세요.